그레고리오 성가를 단순히
'옛날 노래'로만 생각하면 아깝지.
그 안엔 천 년을 넘는 기도와 음악,
그리고 신앙의 정수가 담겨 있거든.
성가의 구성과 특징적인 곡들, 그리고
그 의미까지 알아볼게.
그레고리오 성가는 몇 곡이나 될까?
그레고리오 성가는 정확히 몇 곡이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려워.
왜냐하면 수도원마다 약간씩 다른 버전이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추가되거나 빠진 곡들도 있었거든.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전통적인
그레고리오 성가의 핵심은
약 600곡에서 700곡 정도로 알려져 있어!
대부분은 미사 전례에 사용됐고,
나머지는 시간 전례(성무일도=매일기도)에 쓰였지.
성가는 어떻게 전개될까? – 미사의 하루 이야기
이 성가들은 하루 일과와
종교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정리되어 있어.
대표적으로 우리가 잘 아는 ‘미사(Mass)’는
이 성가들 속에서 극적인 흐름을 만들어.
다섯 개의 고정된 부분, '미사 통상문(Ordinary of the Mass)'이 중심이야.
(참고로 미사 통상문은 미사 때에, 통상적으로 쓰는 기도문이야.)
- Kyrie (키리에) –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말 그대로 하나님께 자비를 구하는 간절한 기도로 미사를 시작해. - Gloria (글로리아) – "하늘 높은 곳에는 하나님께 영광."
기쁨과 찬양의 노래야. 천사들의 찬송처럼 울려 퍼지지. - Credo (크레도) – "나는 믿나이다."
신앙 고백을 담은 노래. 내가 어떤 믿음을 가지고 사는지를 고백하는 시간이야. - Sanctus (상투스) – "거룩하시도다."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는 듯한 장엄한 찬양이야. 천사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라는 의미도 있어. - Agnus Dei (아뉴스 데이) – "하나님의 어린 양."
미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용서와 평화를 구하는 기도야.
이 다섯 가지가 매 미사마다 불리는
고정된 성가고, 그 외에도 특정 절기나 성인 축일에 따라
바뀌는 '고유문(Proper of the Mass)' 성가들도 있어.
천사와 나눈 기도의 소리
그 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성가는
바로 'Dies Irae (디에스 이레)'야.
이 노래의 뜻은 '진노의 날'이라는 무서운 제목이야.
Dies irae
라틴어 로 '진노의 날'을 뜻하는 말로 레퀴엠 (위령미사곡)에 딸린 부속가 (Sequentia) 중 맨 첫 번째
namu.wiki
출처 나무위키
이 곡은 죽음과 심판을 다룬 무시무시한 내용이지만,
그 선율은 오히려 슬프고 엄숙하며 아름다워.
중세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마지막 날을 준비했지.
'디에스 이레'는 중세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클래식 음악, 영화음악에 자주 등장해.
영화 『샤이닝』이나 『반지의 제왕』 속에도
비슷한 느낌의 선율이 있지.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흔드는 힘이 있어.
그레고리오 성가, 그 이름들
그 외에도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성가들이 있어.
- Salve Regina (살베 레지나) – "평화의 여왕이시여"
성모 마리아께 바치는 노래. 고요함과 위로의 선율로 유명해. - Ave Maria (아베 마리아) – 말 그대로 “성모 마리아, 문안드립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아베 마리아’의 원형이 바로 여기에서 태어났어!
Ave Maria
Gratia plena, Dominus tecum.
Benedicta tu in mulieribus,
et benedictus fructus ventris tui, Jesus.
Sancta Maria, Mater Dei,
ora pro nobis peccatoribus,
nunc et in hora mortis nostrae.
Amen.
- Ubi Caritas (우비 카리타스) –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시네"
이 곡은 사랑의 공동체를 찬양하는 성가야.
천천히 울려 퍼지는 영혼의 노래
그레고리오 성가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세계에서 들려오는 신의 언어' 같아.
화려하지도, 빠르지도 않지만
한 음 한 음이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기도하게 만들고, 잠시 세상의 소음을 잊게 하지.
그리고 그 모든 중심에는
삶의 균형, 사랑, 용서, 경건이 담겨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