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도네시아 본토의 중심이 자바섬으로
옮겨지고, 거기서 등장하는 히말라야처럼
웅장한 사원, 바로 보로부두르( Borobudur ) 사원과
샤일렌드라 왕조(Shailendra dynasty)의 이야기를 해볼 거야.
이번엔 인도네시아 불교 문화의 절정,
그리고 동남아에서 가장 웅장한 석조 사원이
탄생하는 이야기야.
이야기의 무대는 자바섬 중부,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보로부두르 사원(Borobudur)’이야.
이 사원은 그냥 절이 아니라,
불교 철학과 우주관을 돌 위에 조각해 만든
거대한 불경 같은 곳이야.
그리고 그 배경에는 샤일렌드라 왕조
(Sailendra dynasty)라는 강력한 불교 왕조가 있었지.
8세기 후반, 자바섬 중부엔 샤일렌드라 왕조라는
힌두-불교 문화가 융합된 왕조가 세워졌어.
‘샤일렌드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산의 군주’라는 뜻인데, 정말로 이 왕조는 산과 계곡,
안개 낀 숲 속에서 장엄한 문화와 예술을 꽃피웠지.
그 중심에 있는 걸작이 바로 보로부두르 사원이야.
이 사원은 9세기쯤에 세워졌고,
자그마치 약 2백만 개의 화산암 블록을 쌓아
거대한 계단형 구조로 만들어졌어.
겉에서 보면 거대한 언덕처럼 생겼고,
위로 올라갈수록
불교의 세계관을 반영해서 아래는 욕망의 세계,
중간은 수행의 세계, 꼭대기는 깨달음의 세계로
이어지게 만들었어.
사원을 한 바퀴 돌면서 올라가면
불교 경전 이야기, 석가모니의 생애, 보살의 자비 이야기가
수천 개의 부조로 새겨져 있어.
마치 돌로 만든 거대한 만화책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리고 사원 꼭대기에는
72개의 종 모양 불탑(스투파)이 있고,
그 안에 전부 좌불상이 앉아 있어.
이건 단순한 예술작품이 아니라
명상과 참선, 불교 수행의 공간으로 설계된 거야.
이런 대단한 사원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샤일렌드라 왕조가 불교를 국교처럼 받들고,
중국, 인도, 스리랑카, 심지어 스리위자야와도
교류를 했기 때문이야.
심지어 이 왕조는 불교뿐만 아니라 힌두 문화도
포용하면서 힌두 사원도 함께 지었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불교적 힌두왕조’로 설정했어.
이건 그만큼 자바섬이 다문화적 중심지가 되어 있었다는 뜻이지.
하지만 영광도 오래 가진 못했어.
9세기 후반, 자바섬의 정세가 바뀌면서
샤일렌드라는 몰락하고, 힌두 중심의 마타람 왕조가
다시 부상하게 돼.
그리고 그 와중에 보로부두르 사원은 점점 잊혀졌어.
정글에 파묻혀 오랫동안 숨겨져 있다가,
19세기에 들어서야 영국 탐험가에 의해 재발견되었고,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불교 유적지가 되었지.
이 보로부두르는 단순한 절이 아니야.
사람이 돌로 새긴 불교의 철학, 우주의 구조,
정신 수행의 여정이 그 안에 층층이 새겨져 있어.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만든 샤일렌드라 왕조는
불교 문화의 최고봉을 남긴 왕조로 기억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