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인
델리 술탄국 시대에 대한 이야기야.
이 시기는 단순한 정복의 역사가 아니라,
힌두교 세계에 이슬람이라는
전혀 다른 문화와 종교가 들어오면서
충돌하고, 결국은 섞이고 바뀌는 시대였어.
그만큼 에피소드도 많고 폭력과 융합,
파괴와 창조가 함께 얽혀 있는 시대지.
이제 중세 인도의 새로운 장이 열려.
이번엔 단순히 외세의 침략이 아니라,
전혀 다른 문명과 종교가 인도에 들어와
새로운 시대를 연거야.
모래바람을 타고 온 칼과 신념
12세기 말, 인도의 북서쪽 국경 너머
아프가니스탄 고원과 이란 고대 도시들에서
무언가 다른 깃발이 올라오기 시작했어.
그 깃발엔 초승달과 칼,
그리고 코란(이슬람 경전)의 문구가 적혀 있었지.
그들은 말 위에 올라탄 전사들,
'알라'를 외치며 국경을 넘어 인도로 들어왔어.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온 것은
단지 무력만이 아니었어.
완전히 새로운 종교와 세계관,
바로 이슬람(Islam)이었지.
침입자들의 첫 등장 – '가즈니'와 '고르'
가장 먼저 이름을 남긴 인물이
바로 가즈니의 '마하무드(Mahmud of Ghazni)'야.
아프가니스탄의 가즈니 왕조(Ghazni)의
술탄(이슬람 교국의 군주)이었어.
그는 11세기 초, 17차례나 인도 북부를
침략하며 신전들을 약탈하고,
그 부를 본국으로 가져갔어.
그가 세운 궁전과 모스크는
'힌두의 황금을 녹여 만든 것'이라고 불렸지.
그 뒤를 이은 '무함마드 고르
(Muhammad of Ghor)'는
단순한 약탈자가 아니었어.
그는 인도를 아예 정복하고
통치하려 했던 사람이었고,
그의 부하 중 한 명이
후에 델리 술탄국의 창시자가 되는 인물이었어.
델리 술탄국의 시작 – 노예 출신의 첫 술탄
1206년, 무함마드 고르가 암살되자,
그의 유능한 노예 장군이 델리에서 독립을 선언해.
그가 바로
쿠트브 우드 딘 아이박(Qutb-ud-din Aibak).
놀라운 건,
그가 노예 출신이었다는 거야.
하지만 그는 뛰어난 장군이었고,
정치 감각도 뛰어나서
델리를 중심으로 인도 최초의
이슬람 왕조를 세우게 돼.
이 왕조는 맘루크(노예) 왕조(Mamluk dynasty)라고 불렸고,
바로 여기서부터 델리 술탄국의 역사가 시작돼.
델리, 술탄의 도시가 되다
델리는 원래부터 중요한 도시였지만,
'아이박' 이후 술탄국의 수도로 거듭나면서
이슬람 통치자들의 정치·문화 중심지가 되었어.
그들은 델리에 모스크(이슬람 예배당)를 세우고,
이슬람 학교(마드라사)를 세우고,
힌두 지역 영주들을 통제하며
행정 시스템을 정비했지.
그런데 중요한 건, 이 델리 술탄국은
하나의 왕조로 끝나지 않았다는 거야.
이후로도 왕조는 여러 번 바뀌었어.
다섯 번 왕조가 바뀐 술탄국
델리 술탄국은 1206년부터 1526년까지
약 320년 동안 이어졌고,
그 안에서 총 다섯 개의 왕조가 들어섰어.
- 노예 왕조 (1206~1290)
- 칼지 왕조 (1290~1320)
- 투글루크 왕조 (1320~1414)
- 사이이드 왕조 (1414~1451)
- 로디 왕조 (1451~1526)
왕조는 바뀌었지만,
이슬람이 북인도의 지배 종교와 문화로
자리 잡는 흐름은 이어졌지.
정복자에서 통치자로
이슬람 왕조들이 처음엔
신전과 우상을 부수고, 세금을 걷고,
힌두교도들에게 차별적인 법을 적용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도 통치자로서
적응해가기 시작했어.
힌두 귀족과 혼인 동맹을 맺거나,
힌두교 축제에 관용을 보이기도 하고,
힌두 신화나 음악을 궁정에 들이기도 했지.
그건 통치의 필요였고,
또 동시에 두 문화가 섞여가기 시작한 신호였어.
낯선 종교가 문을 두드리던 날
델리 술탄국의 시작은
단순한 외세의 침입으로만 볼 수는 없어.
그건 인도라는 대지에
전혀 다른 문화가 들어와 흔들고,
섞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기 시작한
시점이었어.
초승달 깃발 아래 모인 왕조들,
그들이 세운 사원, 법, 언어, 관습은
힌두 중심의 세상에 균열을 냈고,
그 틈으로 새로운 시대가 태어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