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정이 사라지자 모든 게 무너졌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장거정은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실세였어.
하지만 그가 죽자마자, 조정은
순식간에 예전으로 돌아가버렸지.
장거정을 시기하던 사람들은
그의 정책을 모조리 뒤집고,
가족과 친척들까지 싸그리 숙청했어.
그때 황제였던 만력제는 이제 성인이 되었고,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억눌렀던
장거정에게 큰 반감을 갖고 있었지.
그래서였을까.
그는 황제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30년 넘게 나라 일에 거의 손을 놓아버렸어.
말하지 않는 황제, 움직이지 않는 조정
만력제는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신하들이 올리는 보고도 읽지 않고,
회의도 열지 않고,
관리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어.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10년, 20년이 지나도 조정은 침묵 속에 있었어.
그 사이 나라 곳곳은 점점 썩어갔고,
세금은 늘고, 백성들은 더 힘들어졌지.
더 큰 문제는, 황제 자신이
후계자 문제에 집착하고 있다는 거였어.
자기 마음대로 후계자를 정하려고 했는데,
신하들이 반대하자 그때부터 더 말문을 닫아버린 거야.
외적은 강해지고, 조정은 약해졌다
이렇게 황제가 정사를 돌보지 않으니,
환관들이 다시 권력을 잡기 시작했어.
관리들은 뇌물 없이는 벼슬도 못 하고,
나라 전체가 무기력에 빠졌지.
그 사이에 몽골과 만주족의 위협은 점점 커지고 있었고,
왜구도 동남 연안을 자주 침범했어.
조선과 일본이 맞붙었던 임진왜란(1592) 때
명나라는 조선에 파병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
이미 명나라 내부는 국력도 바닥,
의지도 바닥이었거든.
마지막 황제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간
만력제 이후에도 몇 명의 황제가 더 있었어.
하지만 그들은 아무런 힘도 없었고,
환관들과 대신들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일 뿐이었지.
그 사이 백성들은 도탄에 빠졌고,
각지에서는 도적과 반란이 끊이지 않았어.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세력을 일으킨 게
이자성이었고, 그의 난으로 북경이 함락되고,
명나라 마지막 황제 숭정제는
스스로 목을 매며 명의 끝을 알렸지.
천하를 움직이던 제국의 마지막
명나라는 한때 바다를 건너 정화의 함대를 보냈고,
문화와 기술에서도 찬란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 마지막은 너무도 쓸쓸하고 허무했어.
개혁이 무너지고, 황제가 침묵하고,
환관이 권력을 쥐고, 백성이 등을 돌린 순간,
나라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거야.
이제 진짜 명나라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그 뒤를 이어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천하를 차지하게 돼.